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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저스> 줄거리, 흥행 우주를 배경으로 한 심리 실험을 그린 영화

by 이이난이 2025. 8. 15.

영화 '보이저스' 포스터 이미지
영화 '보이저스' 포스터 이미지

파리대왕을 우주로 옮겨놓은 듯한 설정으로 화제를 모았던 보이저스는 닐 버거 감독이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SF 장르에 담아낸 야심찬 작품입니다. 2021년 개봉 당시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문명의 경계선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뤄 주목을 받았습니다.

줄거리

2063년, 환경 파괴로 절망에 빠진 지구에서 인류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86광년 떨어진 케플러-442b 행성으로의 대이주를 결정합니다. 이 여정은 수 세대에 걸쳐 완수되어야 하는 장기 프로젝트로, 특별히 선별된 30명의 아이들이 우주선에서 평생을 보내며 후손들이 새로운 터전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이 아이들은 가족이나 외부와의 유대 없이 격리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유일한 성인 관리자인 수석 의료책임자 리처드의 지도 아래 임무를 준비합니다. 여행 동안의 질서 유지를 위해 아이들은 블루라는 약물을 영양제로 속여 복용하게 되는데, 이는 감정과 성적 욕구, 공격성을 억제하는 화학적 통제 장치였습니다.

가장 유능한 두 젊은이인 크리스토퍼와 잭은 우연히 이 약물의 진실을 발견하고 복용을 중단하기로 결심합니다. 화학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인간의 본능이 깨어나면서 두려움, 분노, 성적 매력 등의 감정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되고, 이는 다른 승무원들에게도 전파됩니다.

상황은 리처드가 우주선 외부 수리 작업 중 의문스러운 죽음을 맞으면서 급변합니다. 성인 관리자의 부재 속에서 크리스토퍼는 도덕적 리더십과 민주적 결정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려 하지만, 잭은 개인의 자유와 원시적 본능을 우선시하는 자유방임적 접근을 주장하며 대립합니다.

승무원들은 점차 두 파벌로 나뉘게 되고, 잭은 우주선에 위험한 외계 생명체가 있다는 거짓 정보를 퍼뜨려 공포를 조성하며 권력을 공고히 합니다. 철학적 차이로 시작된 갈등은 물리적 충돌과 사보타주를 거쳐 전면전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결국 실질적인 외부 위기가 발생하면서 승무원들은 생존을 위해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단결하게 됩니다.

흥행

보이저스는 2021년 4월 개봉 당시 2,900만 달러의 제작비에 비해 전 세계적으로 약 430만 달러의 수익만을 기록하며 심각한 흥행 참패를 겪었습니다. 미국 내 1,972개 극장에서의 개봉 첫 주말 138만 달러를 벌어들여 박스오피스 5위에 그쳤으며, 국내 총 수익은 315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국제 시장에서도 115만 달러의 저조한 성과를 보였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극장 폐쇄와 제한적 운영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관객들이 익숙하지 않은 오리지널 콘텐츠보다는 기존 프랜차이즈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보이저스는 더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로튼 토마토 26%의 혹독한 평점과 함께 이차적인 줄거리와 캐릭터 개발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부정적인 입소문이 확산되었습니다. 한국에서는 2021년 5월 26일 개봉하여 누적 관객 22,000명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마케팅 비용까지 고려하면 라이온스게이트는 5천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연출과 영상미

닐 버거 감독은 우주선이라는 밀폐된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클로스트로포비아적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특히 초반부의 무균실과 같은 차가운 우주선 내부는 인공적 통제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했으며, 승무원들이 약물 복용을 중단한 후 점차 따뜻한 조명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로 변화하는 시각적 대비가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인해 우주 공간의 광활함이나 미래적 기술에 대한 비주얼이 다소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대신 감독은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클로즈업과 핸드헬드 카메라로 포착하여 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캐릭터와 연기

타이 셰리던이 연기한 크리스토퍼는 도덕적 리더십의 상징으로서 안정감 있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약물의 영향에서 벗어난 후에도 이성을 잃지 않고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반면 피오 화이트헤드가 연기한 잭은 문명에서 야만으로의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초반의 지적이고 침착한 모습에서 점차 조작적이고 폭력적인 캐릭터로 변모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릴리 로즈 뎁의 셀라는 두 남성 캐릭터 사이에서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현명한 여성상을 보여주지만, 아쉽게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주제 의식과 철학적 깊이

보이저스의 가장 큰 강점은 인간 본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는 점입니다. 홉스의 자연 상태론과 루소의 자연인 개념 사이의 대립을 SF적 설정으로 구현하여, 문명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발달인지 아니면 억압적 통제 체계인지를 탐구합니다.

특히 화학적 억제제라는 장치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통제 메커니즘에 대한 메타포로 읽힐 수 있습니다. 교육, 법률, 사회적 규범 등이 인간의 자유 의지를 억압하는 것인지, 아니면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과의 비교는 불가피하지만, 보이저스는 우주라는 설정을 통해 탈출구가 전혀 없는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본성을 다룬다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또한 성인 관리자의 존재와 부재가 가져오는 변화를 통해 권위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성찰합니다.

장르적 혁신과 한계

SF 장르 내에서 보이저스는 우주 오페라나 액션 스펙터클보다는 심리 드라마에 중점을 둔 독특한 접근을 보입니다. 이는 인터스텔라나 그래비티 같은 대작들과는 다른 차별화된 방향성이지만, 동시에 SF 장르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외계 생명체에 대한 공포를 조성하는 장면들은 실제로는 인간의 편집증과 조작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되어 장르적 클리셰를 뒤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반전이 충분히 설득력 있게 구현되지 못해 일부 관객들에게는 허탈감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사운드와 음악

트레버 구르노의 음악은 우주선 내부의 기계적 소음과 대비되는 서정적 멜로디를 통해 인간적 감정의 각성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승무원들이 처음으로 자연스러운 감정을 느끼는 순간들에서 음악이 감정적 몰입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습니다.

숨겨진 디테일과 상징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상징적 요소들이 주제 의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듭니다. 블루라는 약물의 색깔은 차가움과 인위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지구의 하늘색을 연상시켜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통제에 대한 양가적 감정을 나타냅니다.

우주선의 구조 역시 의미가 깊습니다. 원형으로 설계된 복도는 탈출구 없는 닫힌 시스템을 상징하며, 외부 우주 공간과 내부 생활 공간의 대비는 자유와 안전, 무한과 제약의 이분법을 시각적으로 구현합니다.

개인적 평가와 총평

보이저스는 상업적으로는 실패했지만 철학적 깊이 면에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의 다양한 통제 시스템에 대한 은유로서 읽을 때 더욱 의미가 깊어집니다. 인간 본성에 대한 비관적 시각과 낙관적 가능성을 모두 제시하면서도 결국 협력과 도덕적 선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말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 개발의 깊이가 부족하고, SF적 설정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점은 아쉽습니다. 또한 파리대왕과의 유사성이 지나치게 직접적이어서 독창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것도 단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가벼운 오락을 추구하는 관객보다는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분명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할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기의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압력에 대한 은유로서도 충분히 해석 가능한 다층적 텍스트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추천 대상과 관련 작품

보이저스는 액션이나 스펙터클보다는 심리적 갈등과 철학적 사유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추천합니다. 특히 문학 작품의 영화화에 관심이 있거나, 인간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적합합니다.

이 작품을 감상한 후에는 윌리엄 골딩의 원작 파리대왕을 읽어보거나, 비슷한 주제를 다룬 더 헌트, 웨이브, 스탠포드 프리즌 익스페리먼트 같은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닐 버거 감독의 전작인 일루전이스트나 리미트리스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점을 제공할 것입니다.

SF 장르 내에서는 솔라리스나 문 같은 심리적 SF 작품들과 함께 감상하면 장르의 다양한 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일회성 관람보다는 감상 후 토론과 성찰의 시간을 가질 때 더욱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