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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나> 줄거리, 흥행 카리스마 넘치는 여성 첩보원 이야기를 그린 영화

by 이이난이 2025. 8. 18.

영화 '안나' 포스터 이미지
영화 '안나' 포스터 이미지

뤽 베송이 다시 한 번 페미니즘 액션 스릴러의 문법을 재해석한 안나는 단순한 스파이 영화를 넘어서 권력과 자유 의지에 대한 복합적 서사를 제시합니다. 냉전 종료 시점이라는 절묘한 배경 설정과 함께, 베송 특유의 시각적 미학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영화가 감독의 이전 걸작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까요?

줄거리

스포일러 주의: 다음 내용은 영화의 주요 플롯을 포함합니다.

1990년 모스크바, 마트료시카 인형을 팔며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안나 폴리아토바(사샤 루스)의 삶은 KGB 요원 알렉스 첸코프(루크 에반스)의 제안으로 180도 바뀝니다. 5년간의 암살자 복무를 조건으로 새로운 삶을 약속받은 안나는 베테랑 교관 올가(헬렌 미렌)의 냉혹한 훈련을 통해 치명적인 킬러로 거듭납니다.

파리에서 패션 모델이라는 완벽한 위장막 뒤에 숨어 유럽 전역의 표적들을 제거하던 안나에게 새로운 변수가 등장합니다. CIA 요원 레니 밀러(실리안 머피)가 그녀를 추적하기 시작하고, 결국 안나는 양쪽 조직 사이에서 이중 스파이라는 위험한 줄타기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진정한 반전은 안나가 처음부터 자신만의 탈출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동료 모델 모드와의 진실한 사랑, 알렉스와의 복잡한 관계 속에서도 그녀는 KGB와 CIA 모두를 이용해 궁극적인 자유를 쟁취하려 합니다. 클라이맥스에서 안나는 수집한 정보를 무기 삼아 두 조직을 압박하며 자신의 조건대로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립니다.

흥행

안나의 박스오피스 여정은 다소 험난했습니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말 2,114개 극장에서 단 35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며 뤽 베송 작품 중 가장 저조한 성과를 보였습니다. 국내 총 수익은 770만 달러에 그쳤고, 이는 약 3천만 달러로 추정되는 제작비를 고려할 때 실망스러운 결과였습니다.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거두어 전 세계 총 수익 3,160만 달러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43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현지에서의 베송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흥행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베송 감독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한 마케팅 축소, 유사한 여성 암살자 영화들에 대한 관객 피로감, 그리고 치열한 여름 영화 시장에서의 경쟁이 꼽힙니다. 하지만 2024년 넷플릭스에서 1위를 기록하며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재평가받는 흥미로운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액션 미학의 진화와 한계

뤽 베송은 안나를 통해 자신의 시그니처인 '강인한 여성 캐릭터' 공식을 한 단계 발전시켰습니다. 니키타와 레옹의 마틸다에서 시작된 이 DNA는 안나에서 더욱 복합적인 형태로 진화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안나가 단순히 남성들에 의해 조종당하는 도구가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만의 마스터플랜을 가진 전략가로 설정되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인 레스토랑 학살 장면은 베송 특유의 일상적 공간의 전장화 기법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포크와 나이프, 심지어 접시까지 치명적 무기로 변신시키는 안나의 모습은 단순한 액션을 넘어 캐릭터의 창의성과 적응력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베송이 일찍이 니키타에서 보여준 '환경 활용형 액션'의 최신 버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간 구조의 실험과 서사적 복잡성

안나에서 베송이 시도한 비선형적 시간 구조는 영화의 양날의 검이 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안나의 진짜 의도를 서서히 드러내는 방식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지만, 동시에 서사의 흐름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특히 '3년 전', '2년 전' 같은 시간 표시가 반복되면서 일종의 퍼즐 맞추기 게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적 실험은 안나라는 캐릭터의 정체성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집니다.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겹겹이 쌓인 정체성을 가진 안나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시간의 층위를 활용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사샤 루스의 카리스마와 연기적 성취

사샤 루스는 안나라는 복합적 캐릭터를 놀랍도록 설득력 있게 구현해냅니다. 특히 취약함과 강인함 사이의 균형을 잡는 그녀의 연기는 이 영화의 핵심 동력입니다. 모델로서의 우아함, 연인으로서의 진정성, 킬러로서의 냉혹함을 자연스럽게 오가는 모습은 베송의 이전 뮤즈들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헬렌 미렌이 연기한 올가는 전형적인 '차가운 멘토' 역할을 뛰어넘어 안나의 미래 모습을 암시하는 거울 같은 존재로 기능합니다. 두 여성 사이의 긴장감은 단순한 상하관계를 넘어서 여성의 생존 방식에 대한 세대적 차이를 보여줍니다.

장르적 혁신과 아쉬운 점들

안나는 스파이 스릴러 장르에서 여성 주체성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토믹 블론드, 레드 스패로우 등 유사한 작품들이 선점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지점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습니다.

특히 CIA와 KGB라는 냉전적 구도는 1990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다소 진부하게 느껴집니다. 현대 관객들에게는 더 이상 긴장감을 주지 못하는 설정일 수 있습니다.

숨겨진 상징과 베송의 시각적 언어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마트료시카 인형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서 안나의 정체성을 관통하는 핵심 메타포입니다. 겉껍질을 하나씩 벗겨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는 인형처럼, 안나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른 페르소나를 드러냅니다.

파리의 패션계라는 배경 역시 흥미로운 선택입니다. 아름다움이 무기가 되는 공간에서 안나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외적 완벽성을 역으로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합니다. 이는 베송이 일관되게 탐구해온 '외모와 내면의 괴리'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개인적 평가와 관람 포인트

안나는 완벽한 영화는 아니지만, 뤽 베송이라는 감독의 일관된 작가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액션 시퀀스의 완성도와 사샤 루스의 매력적인 연기는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추천 대상:

  • 뤽 베송 작품의 팬이라면 필수 관람
  • 여성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
  • 복잡한 플롯과 반전을 즐기는 스릴러 마니아
  • 패션과 액션의 조합에 관심 있는 시청자

연관 작품 추천 및 감상 팁

안나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뤽 베송의 니키타(1990)레옹(1994)을 함께 감상하기를 권합니다. 세 작품을 연속해서 보면 베송이 그려온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사한 테마를 다룬 아토믹 블론드, 레드 스패로우와 비교 감상하면 각 작품이 여성 스파이라는 소재를 어떻게 다르게 접근했는지 흥미로운 분석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볼 때는 안나의 각 정체성 변화 시점에서 그녀의 눈빛 연기에 주목해보세요. 사샤 루스가 대사 없이도 캐릭터의 내면 변화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