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2015년작 인턴은 표면적으로는 70세 은퇴자와 30대 여성 CEO 사이의 세대차이를 다룬 가벼운 코미디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감동 스토리를 넘어서 현대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깊이 있는 작품입니다.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라는 두 배우의 완벽한 케미스트리는 물론,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잃어버린 인간적 가치를 되찾는 여정을 그려냅니다.
줄거리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는 전화번호부 출판회사에서 수십 년간 일한 후 은퇴한 70세 미망인입니다. 요가와 요리 수업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권태로움 속에서 그는 온라인 패션 소매업체 어바웃 더 핏의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됩니다.
회사의 창업자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은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을 고용하는 성공적인 기업가로 성장했지만, 일과 삶의 균형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벤을 불필요한 존재로 여겼던 줄스는 그의 축적된 경험과 세심함을 통해 점차 마음을 열게 됩니다.
투자자들이 경험 있는 외부 CEO 영입을 압박하고, 남편 매트의 외도라는 개인적 시련까지 겹치면서 줄스는 인생의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됩니다. 벤은 이 모든 과정에서 단순한 인턴을 넘어선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예상치 못한 성장을 경험하게 됩니다.
흥행
인턴은 3,500만 달러라는 비교적 보수적인 제작비로 시작하여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9,46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제작비의 5.6배에 달하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7,570만 달러, 해외에서는 1억 1,880만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36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해외 흥행 1위 국가가 되었고, 일본에서도 6억 엔의 매출을 기록하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뛰어넘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동아시아에서의 이러한 성공은 연장자에 대한 존경과 세대 간 협력이라는 주제가 유교 문화권과 잘 어울렸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연출의 섬세함과 영상미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그녀만의 시그니처인 따뜻하고 세련된 미장센을 통해 현대적 직장과 가정의 모습을 완벽하게 담아냅니다. 어바웃 더 핏 사무실의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공간 설계는 스타트업 문화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벤의 클래식한 정장과 대조를 이루어 세대 차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카메라워크에서 주목할 점은 두 주인공 간의 관계 변화를 공간감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초반 줄스가 벤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장면들에서는 넓은 프레임과 거리감을 활용하다가, 관계가 깊어질수록 점차 가까운 구도와 따뜻한 조명을 사용하는 세심함을 보여줍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캐릭터 해석
로버트 드 니로는 기존의 강인한 이미지를 벗고 온화하지만 단단한 내면을 가진 벤을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그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젊은 세대의 문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만의 품격을 잃지 않는 절제미입니다. 특히 줄스의 개인적 고민을 들어주는 장면에서 보여주는 경청의 자세는 진정한 멘토의 모습을 형상화합니다.
앤 해서웨이는 성공한 여성 기업가의 복잡한 내면을 다층적으로 표현합니다. CEO로서의 카리스마와 엄마이자 아내로서의 취약함 사이를 오가는 연기는 현대 여성들의 현실적 고민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특히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되는 순간의 감정 표현은 분노와 상처, 자책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장르적 차별화와 독창성
인턴은 전형적인 헐리우드 코미디 공식을 따르면서도 고령화 사회와 여성 리더십, 디지털 전환기라는 현대적 이슈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단순한 세대갈등 구조를 넘어서 상호 멘토링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나이와 경험이 부담이 아닌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시니어 인턴이라는 설정 자체가 기존의 인턴십 개념을 뒤바꾸는 창의적 접근입니다. 이는 단순한 코미디적 요소를 넘어서 실제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숨겨진 디테일과 상징적 요소
벤이 항상 정장을 고집하는 것은 단순한 세대적 특성이 아닌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신념을 상징합니다. 그의 손수건 하나까지도 계산된 신사적 매너의 표현이며, 이는 디지털 시대에 잃어버린 예의와 배려의 가치를 환기시킵니다.
줄스의 사무실에 있는 어머니의 사진은 그녀가 짊어진 세대적 기대와 여성으로서의 정체성 고민을 암시하는 소품입니다. 또한 회사 곳곳에 배치된 식물들은 디지털 공간 속에서도 살아있는 자연의 가치, 즉 인간적 터치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연출 철학
낸시 마이어스는 썸씽스 가타 기브, 홀리데이 등을 통해 일관되게 보여온 따뜻한 인간관계와 삶의 균형에 대한 메시지를 인턴에서도 완성도 높게 구현합니다. 그녀의 작품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중년 이후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테마가 벤의 캐릭터를 통해 더욱 깊이있게 탐구됩니다.
특히 여성 감독으로서 여성 기업가의 고충을 섬세하게 포착하되, 이를 피해자적 관점이 아닌 주체적 성장의 서사로 풀어낸 점이 돋보입니다.
관객층별 추천 포인트
직장인들에게는 세대 간 소통의 중요성과 멘토링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리더십 포지션에 있는 관객들은 줄스의 고민과 성장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을 것입니다.
중년층 관객들에게는 은퇴 후의 삶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벤의 모습을 통해 축적된 경험과 지혜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습니다.
젊은 관객층에게는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인간적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며, 세대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개인적 평가와 총평
인턴은 가벼운 코미디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현대 사회의 핵심 이슈들을 깊이있게 다룬 수작입니다. 세대갈등이 아닌 세대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성공과 행복의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을 진정성있게 그려냅니다.
다만 다소 예측 가능한 스토리 전개와 이상적으로 해결되는 결말이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현실의 복잡함을 다소 단순화한 면이 있어 일부 관객들에게는 뻔한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주연 배우의 뛰어난 연기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세련된 연출, 그리고 시의적절한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어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와 영감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관련 작품 추천
인턴을 감상한 후에는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다른 작품들인 썸씽스 가타 기브나 홀리데이를 추천합니다. 중년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테마를 다양한 각도에서 탐구한 작품들로 인턴과 비슷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세대 간 소통과 멘토링을 다룬 작품으로는 업 인 디 에어나 굿 윌 헌팅도 함께 감상하면 좋습니다. 또한 여성 리더십을 주제로 한 더 데블 웨어스 프라다나 히든 피겨스와 비교 감상하면 현대 직장 여성들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